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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구입 전 읽어보면 좋은글 #1편 [시계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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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시인사이드 시계갤러리의 까망별님께서 작성하신 글로,
시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포스팅합니다.
원문제목 : - 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뉴비들에게 바친다. -
다소 말투가 거칠어서 순화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총 5편까지 계획하고 작성한 듯하나 4편까지만 작성되었네요.
문제가 있을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바친다.

현재시각 2014년 4월 11일 자정 12시 00분.
' 나도 이제 손목시계나 하나 사 볼까? ' 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 곳 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고,
결국엔 이 글 까지 보게 된 당신에게,
시계에 미쳐 정신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던,
지난 6개월 간의 내 이야기를 바친다.

내가 지금부터 엄청 장황하게 쓸 이 글은,
어쩌면 그 흔한 댓글 하나 달려보지 못하고
쓰레기 마냥 묻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막 시계의 세상에 들어온 누군가에게는
진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지난 6개월 동안 미친놈처럼
시계의 세상을 알아가면서,
왜 이런 글이 없을까 하고 수없이 답답해 했던
내 자신이 불쌍해서 쓰는 글일 수도 있겠다.

Tissot PRC 200

정확히 6개월 전,
28살 평생에 처음으로 손목시계 라는 것을 사 보고 싶어져서
네이버에 '50만원대 시계추천' 이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로서는 매우 큰 맘 먹고 생각한 가격이었다.

아, 참고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미국에서 중,고,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영어학원 하면서 벌 만큼 벌고 있다.
아무튼 50만원 정도는 시계에 투자해도 될 만큼의 수입인데,
내가 이 얘기를 왜 굳이 묻지도 않았는데 꺼냈냐면,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시계' 라는 것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면,
50만원~100만원도 무지하게 비싸고 고급스런 시계라는 생각이 든다.
차차 더 얘기하게 되겠지만, 미리 조금 말하자면
그 가격대의 시계들도 충분히 좋은 시계들이다.

당신들이 이 먼 시갤(디시인사이드 시계갤러리)까지 와서 페이지 넘기기를 한 50번 정도 해가면서
이 글 저 글 기웃기웃 거려본 후에 가장 많이 본 단어들이
섭마, 씨마, 째마, 검판, 논크, 플워, 타포 따위의 단어들일 것이다.
아직까지 저게 뭔가 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조금은 검색을 통해 섭마가 Rolex Submariner 를 뜻하고
씨마는 Omega Seamaster, 논크 는 Non-Chronograph 를 뜻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된 사람들도 있겠지.
그러고는 아마 조금 놀랐을 테지.

이 곳에서 자주 추천해주는 째마, 씨마, 썹마 등등의 시계들이
너네가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쌌을테니까.
하물며 애초에 50만원을 생각했던 나는 오죽했을까..
내가 28년을 살면서 고등학생 즈음에 아버지께서 생일선물로 사 주셨던
물론 지금이야 그게 모델명이 뭔지 기억도 안나지만,
아무튼 Victorianox 제품이었던 것만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당시 미국에서 리테일가 170불 정도 했었고,
내 몸에 걸치는 것으로는 태어나서 가장 고가의 선물이었지.
너무 설레이고 기쁜 마음에 2~3개월은 차보지도 못하고
케이스에 고이 넣어서 잠자기 전에 쳐다보기만 했었어.
그냥 초침 흘러가는거 보기만 해도 이쁘더라.
그 시계 차고 품 속 깊이 맥가이버칼이라도 하나 품으면
마치 스위스에서 넘어온 정보원이 된 느낌이었지.



그런데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뭔가 내 힘으로 번 돈으로 다시 한번 그 때의 설레임을 느껴보고자
네이버를 찾았던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추천해준
' 50만원 이하의 시계 ' 는 바로 티쏘 PRC 200 이라는 시계였지.
 무슨 무브먼트니 스와치 그룹이니 하는 건 나에게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로다 였고,
그저 사람들이 다들 입을 모아 좋다고 하니
'그래! 너로 정했어!! '라고 외친 뒤
한걸음에 신세계로 달려가 티쏘 매장을 방문했지.
그런데 이게 왠걸?
그렇게 좋고 이쁘고 가성비 좋다던 그 PRC200을 보고 있는데도,
내가 18살때 처음으로 접햇던 빅토리아녹스 시계만큼의
설레임과 기쁨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어.

시침, 분침도 뭔가 넓적한게 무슨 장난감 같이 보였고,
손목에 올리니 뭔가 너무 두껍고 무거운 느낌도 들고,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하니까 별의별 것들이 다 거슬리더라.
( 나중엔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이름이 티쏘가 뭐냐 티쏘가.. 티코같아 )
그리고는 엄청 실망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서는
미친듯이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
그 무렵이었을거야. 내가 시갤에 처음 들어왔을때가..
섭마? 씨마? 째마?
논크? 검판? 흰판? 은판?
ETA? 벨쥬? 국시공? 아떱씨?
파필? 호구호이어?
플워? 워스? 짱가?

우리 부산에서 자주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 뭐라 쳐 씨부려쌋노 빙시가 '
그래 딱 이정도 느낌이 들었었지.
이후 아침에 눈 떠서 모닝똥을 쌀 때 부터,
잠자기 전 침대에 눕는 그 순간까지
정말 미친듯이 시계만 검색하고 또 검색했어.
그러면서 저 단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씩 알게되고,
세상에는 정말 아름답고 좋고 비싼 시계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지.

Tissot Le Locle

Hamilton Jazzmaster Chronograph

TagHeuer Link



그로부터 정확히 1개월 후,
나는 다시 한 번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방문하게 되지.
그리고는 수첩에 메모해 두었던 여러가지 시계들을 다 보게 되었어.
르로끌, 째마, 링크 등등
이제는 자신감이 좀 생겨서 그랬는지 몰라도,
처음에 티쏘 매장가서 'PRC200 보여주세요' 라고 했던 때와는
뭔가 다르게 내가 좀 시계의 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이었지.
그 때도 티쏘 매장에서 피알씨를 요리조리 만져보며
눈알이 튀어나올듯이 뜯어보고 있던 대학생 쯤 되는 남자를 보면서
'후훗, 시계는 그게 다가 아니야. 시계의 세상은 넓은 거라구.'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흐뭇했었어.
그런데 그 날 백화점을 나오는 내 손에는
아무런 쇼핑백도 들려있지 않았지.
오히려 처음 티쏘 PRC200을 사겠다며 왔을 때 보다
더욱 더 공허하고 씁쓸한 느낌이 충만했었어.
집에 와서 줄담배를 피면서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도저히 풀 수 없을것만 같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
' 내가 보기엔 다 별로인데 사람들은 왜 좋다고 난리들일까? '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18살때 처음으로 선물 받았던,
초침 흘러가는 것만 봐도 두근두근 했던 그 느낌에 대한 갈망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을 느꼈어.
' 그래. 사람들의 의견따윈 집어 치우자.'
 어차피 몇십만원 짜린데 내 마음에 드는게 최고지 뭘.'
이라는 마인드가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날 이후로 난 시계 갤러리나 타임포럼, 혹은 각종 블로그
등에서 말하는 추천글 따위는 보지 않기로 결심했어.
그리고는 그 날 부터 네이버 검색창에
' 100만원대 시계 ' 라고 쓰고 나오는 시계를
일주일간 모조리 파헤쳤어.
디자인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든다 싶으면
그게 무슨 브랜드며 어떤 무브먼트가 쓰였는지,
재질은 무엇이며 방수는 몇 미터인지,
어느 나라 브랜드이며 그 역사는 얼마나 깊은지 등등
공식 홈피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파헤쳤지.
물론 그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나 용어들이 나오면
또 다시 검색, 또 검색.
그렇게 1달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어...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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