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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구입 전 읽어보면 좋은글 #2편 [시계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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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시인사이드 시계갤러리의 까망별님께서 작성하신 글로,
시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포스팅합니다.
원문제목 : - 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뉴비들에게 바친다. -

혹시 1편을 보지못하신 분은 1편부터 보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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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바친다. 2편


그렇게 2달을 미친놈처럼 시계 생각만 하다보니,
점점 더 보는 눈은 높아만 지고,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50만원 가지고 살 수 있는 시계들이
진짜 허접 쓰레기 시계들 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 100만원대 시계 ' 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 700만원대 시계 ' 까지 검색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지.
그 이후로는 그냥 체념이었던 것 같아.
'어차피 사지도 못 할 시계, 구경이나 해 보자. '
라는 마인드로 점점 더 올라가서,
나중에는 6억 7억 하는 시계들도 있단 사실을 알게되었어.
그러면서 파텍 필립, 브레게, 블랑팡, 아랑게운트죄네, 예거 르꿀트르 등
진심 머리털 나고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런 시계 브랜드 들이
세계적으로 명실상부한 '최고' 의 시계 브랜드 들이며,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포르쉐나 벤츠보다도 더 비싼,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42평 아파트 보다도 더 비싼,
그런 시계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았고,
엄청 심한 열등감과 자괴감에 사로잡혔지.
몇천만원, 몇억 한다는 그 시계들의
재질과, 기능과, 그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면서
시계라는 것이 어마어마한 무언가구나...
하며 진짜 한숨과 감탄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더라..
그러면서 문득 PRC200 이 떠오르더라.
그러고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그 따위 것이 시계냐?'



이 무렵에는 뭐랄까..
그냥 50만원을 딱 준비해 놓고서는
뭔가 엄청 아름답고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그런 멋진 시계를 사야지 !! 하하 !!
했던 처음의 내 모습이 진짜 병신도 그런 병신이 없더라.
진심 개병신
내 자신이 딱 그렇게 느껴졌지.
그러고 나니 시계 자체에 뭐랄까 아예 정이 떨어지더라.
더 이상 시계를 사고싶단 마음도 없어졌지.
시계에 대한 안목도 조금 높아졌다고,
처음에 50만원이 마지노선이었던 내가,
그 땐 이미 200~300대를 기본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럼 뭐해??
300만원짜리 시계는 시계도 아니더라 ㅋㅋ
그만큼 남들이 우러러 볼 만한 시계의 끝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던거지.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래.. 시계 따위 없어도 애초에 잘 살았잖아?
그리고 난 원래 손목에 뭐 걸리적 거리는 느낌 드는거 싫어해. 하하.
그냥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처럼 살자.
이러고 있을 무렵..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르겠지만,
50만원도 채 하지 않는 가격에
내 눈에 보석같이 아름답던 그 비싼 초 고가 시계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
그게 바로 레플리카 시계, 즉 짝퉁 시계였어.
또 검색질에 들어갔어.
온갖 레플리카 사이트 들을 다 뒤져보았지.
조이클락, 샤인와치, 양사장, 라빌레, 등등...
그렇게 한 1주일을 뒤지고 나니
내 기준으로 딱 2곳이 남더라.
그거슨 바로 워스와 짱가.
퍼펙트클론 이라는 사이트가 좋은 건
종류가 다양해서 좋긴 하던데
너무 악평이 많더라.
그래도 초창기 구경할때는 좋았지.
정말 난 아무리 봐도 똑같더라. 그때 당시에는.
이건 뭐 완전히 똑같이 생긴 시계를
몇십 배, 혹은 몇백 배 싼 가격에 팔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정말이지 약 3개월 동안 하루에도 10시간 이상을
미친듯이 시계 생각만 하면서
뭐랄까 내 마음에 꼭 드는 이상형... 그런 시계들이 없어서
항상 2%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그곳엔 다 있더란 말이지.
아주 그냥 살살 녹을 것 같더라 ㅋㅋㅋ
저거 하나 차고 돌아댕기면 무슨 재벌 2세 행세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남들이 보면서 우오오 몇천만원짜리 시계를 !!!
하면서 나를 막 우러러 볼 것 같고..
여자들이 어머 오빠 완전 돈 많나보다 하면서
있는 힘껏 안겨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ㅋㅋ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도 좋더라.
눈을 씻고 찾아봐도 100만원 이하의 가격들이니,
이건 뭐 마음만 먹으면 결제하기만 누르면 게임오버인데
남은 건 이 중에 무엇을 사느냐 이건데 말이지..
진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어.
그리고는 우리 워스 사장님, 그리고 짱구님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을 해 가면서..
점점 레플리카의 세계로 빠져들어갔지.
아마 너희들도 곧 그럴지 모르겠지만,
' 이거 젠과 비교했을 때 싱크로율 얼마나 되나요? '
라는 질문.. 정말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짓도 계속 하다 보니,
뭔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 아무리 좋으면 뭐해? 남들이 내가 이런거 차고 있는거 보고
우와 너 시계 짱이다 완전이뻐 어디꺼냐? 라고 했을 때
내가 으응.. 이거 파텍필립 무슨무슨 모델이야, 내지는
으응.. 이거 예거 르꿀트르 무슨무슨 모델이야.. 라고 할 테고,
그럼 그새퀴들은 나도 사야겠어 하면서 검색을 해 볼텐데,
어라? 이거 0이 몇개야 도대체 이게 얼마냐 몇천만원?!?!
'에이 저새퀴가 몇천만원 짜리 시계를 차고 다닐 리가 없지
그럼 백퍼 짝퉁이넼ㅋㅋㅋㅋ 병신 ㅋㅋㅋㅋㅋㅋㅋ'
이럴 것 같더라.
뭔가 그런 상황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서,
그 후에 내가 겪게 될 이상야릇한 비웃는 시선들을 생각하니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쫘악 돋더란 말이지.
그래서 짝퉁을 사면서도,
가격을 고민해야 하는
그런 짓 까지 하기에 이르게 되었어.



하하..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해도 우주상병신 짓을 한 거지.
아마 이 글을 읽는 니들도 그렇게 생각 할 테고..
하지만 그땐 그랬어. 정말로.
그래서 나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내 마음속에 하나의 시계가 정해졌어.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바로 이곳, 시계 갤러리에 들어와서는,
떡하니 내가 고른 그 짝퉁 시계 사진을 올려놓고,
' 이게 짝퉁인지 진품인지 맞춰봐라.'
라는 글을 싸지르게 되지.
시갤에서 좀 활동해본 시갤러라면,
아마 이 대목에서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거나,
이런 병신새퀴 ㅋㅋㅋㅋㅋㅋ 하며 낄낄대거나,
혹은,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와... 나도 이랬었는데...허허...
하며 쓴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나는 정확히 1분 30초 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어.
여기서 아이디를 거론할 순 없지만,
어떤 한 시갤러가 내가 글을 올린 지 1분 30초 만에 댓글로
' 딱 봐도 짭이네 ㅄ아 '
라고 올렸기 때문이야.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충격 그 자체였지.
' 아니 어떻게 알았지??? 도대체 어떻게 안거야..'
분명히 우리 워스 사장님과 짱구님은
시계에 대해 대단한 식견과 안목을 가진 전문가가
뒷판을 열어 무브먼트를 확인해보기 전 까지는
절대 외형상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만큼 정교한 퀄리티 입니다.
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감히 인터넷 시계 커뮤니티 따위에서 키보드 워리어 마냥
로렉스가 어떻고 오메가가 어떻고 쳐 씨부려대는
시갤러 따위가...
그것도 1분 30초 만에 그 사진이 짝퉁이란걸 알아봤다고?!
이게 말이 됨???
더욱 더 어이가 없었던 사실은,
당시의 그 시갤러는 정확하게 어느 부분이 어떠한 이유로
이 제품은 짝퉁일 수 밖에 없다고
매우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댓글을 달았었어.
그렇게 나는 시계 입문 4개월 만에,
3번째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지.
내가 꿈꾸었던 환상들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머릿속엔 온통 짭 구매자들을 조롱하는 시갤러들의 댓글이 떠올라서
잠도 오질 않았어.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제자리로 와 있더라.
어느덧 귀신에 홀린 듯 다시 네이버에 ' 200만원대 시계 '를 쳐서
그냥 멍하니 스크롤을 굴리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심하던지..

Frederique Constant Heartbeat

 

Longines MasterCollection

Omega Seamaster Aquaterra



그때의 내 상태는 거의 정신병자 수준이었을거야.
이제는 애초에 내가 시계를 왜 사고싶어했는지 이유조차 잊게 되었지.
그냥 빨리 무슨 시계라도 괜찮은거 대충 하나 사서
내 손목에 채우고 돌아다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어.
만나는 사람들 마다 나에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했지.
' 너 요새 어디 아파? '
그렇게 몇 년 만에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고,
이제는 정말 알마니, 세이코, 카시오 라도 좋으니
그냥 빨리 하나 사 버리고
더 이상 시계 생각도 하기 싫었어.
그러던 때에 머릿속을 맴돌던 시계들이
바로 저 시계들이야.
그런데 이미 저 시계들은,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50만원 짜리 시계,
즉 티쏘 PRC200 보다 훨씬 더 비싸고 좋은 시계들임이 틀림없는데도,
내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어.

그래.
이미 내 눈은 썩어버렸던 거야.
오메가 씨마스터는 로렉스 서브마리너 짝퉁 같고,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브레게 짝퉁 같고..
뭐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던 거야.
이미 더 좋고 아름다운 시계들을 알아버려서,
저 시계들이 충분히 좋은 시계들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거지.
더욱 더 최악이었던 것은,
입문 2개월 차에 내가 나름 혼자 깨달았다고 생각했던 그것,
바로 '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좋은걸로 정하자.' 라는 마인드 조차
더 이상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던 거야.
이미 시계에 미쳐 산지 5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다시 처음 티쏘 매장을 방문했을 때로 돌아가 버린거야.
이 무슨 병신짓이냐 말이지..
5개월이라는 시간을,
물론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하루에 10시간 아니 20시간 가까이를 시계에 대해 읽고 또 읽고
미친듯이 외우고 공부하고 이제는 정말 왠만한 시계 진짭구분이 가능하고
2014년 지금 전 세계에 출시되어 있는 모든 손목시계의
진짜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85% 이상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작 상황은 누군가가 나에게
해밀턴 째즈마스터가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나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야.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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