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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구입 전 읽어보면 좋은글 #3편 [시계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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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시인사이드 시계갤러리의 까망별님께서 작성하신 글로,
시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포스팅합니다.
원문제목 : - 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뉴비들에게 바친다. -

혹시 1편을 보지못하신 분은 1편부터 보셔야합니다.

1편보러가기 클릭


시계의 세계에 첫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바친다. 3편


그렇게 졸지에 병신으로 전락해 버린 난,
그 날 부터 최대한 시계 생각을 안하기로 했어.
시계에 미쳐 방황했던 지난 날들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지더라.
시계.. 그 까짓게 뭐라고..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
이 말 한 마디를 쓰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네.
무슨 사랑 노래 가사 같지 않냐?
' 널 잊어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뭐 이런...?
일 하다가 조금씩 여유 생길 때 마다
길거리에 나와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노라면,
지나가는 남자들 시계밖에 눈에 안 보이더라.
티비를 봐도 마찬가지,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
그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안 보이고
그 사람들이 차고 있는 시계만 주구장창 눈에 들어오더라.
나는 지난 5개월간 피나는 수련을 했기 때문에,
슬쩍 쳐다만 봐도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지.
나에겐 깊은 절망감과 맞바꾼 안목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진짜 개빡치게도 말이지,
잘 모르겠더라.
이거슨 마치 밑장빼기를 시도하려는
고니의 손모가지를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 아귀의 심정으로
아무리 눈까리를 쳐 굴려 보아도 모르겠더라.
속으로 엄청 빌었던 적도 많다.
제발, 그 자세로 쫌만 가만히 있어봐라. 제발 쫌만..
근데 모르겠더라. ㅋㅋ
솔직히 한 2~3개 정도는 알아본 것도 있다.
외향이 좀 특이한 것들 있잖아,
위블로나 파네라이 같은..
근데 그런것 외에는 진짜 모르겠더라.
이것을 퍼센트로 따지자면
100번 정도 봤을 때 2개 정도니까 약 2% 정도?
더군다나 티비나 영화는 그나마 낫지,
걸어가는 사람,
신입생 등록 상담하러 온 아버지,
책 팔러 온 영업사원들..
그들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들은 진짜 도저히 모르겠더라.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아직까지 부산이 쌀쌀해서 그랬을꺼다.
아직까지는 긴 팔 옷을 많이 입고들 다니니까,
손목시계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는 소매 속에 숨어있거든..
그래서 베젤의 오른쪽 부분이나
용두 모양, 혹은 용두 바깥 표면의 마크 등등만을 보고
유추해 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정말 쉽지가 않더란 말이지.
내 눈에 굉장히 이뻐 보이는 시계를 찬 사람이 보이면,
개 찐따처럼 다가가서,
' 저기 죄송한데 시계 좀 구경해도 될까요..? '
라고 하고 싶은 충동이 수도 없이 일어났지.
그리고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어.
나는 그 의문점을 확인하기 위해,
당장 인터넷으로 시계 하나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어.

Emporio Armani

내가 매우 좋아하는 본격 성인 토크쇼 '마녀사냥' 이야.
저기에서 성시경이 차고 있는 저 시계 보이지?
색상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저 모델이야.
그래. 리라형이 극찬했던 바로 그 회사 제품이지.
자정 열두시가 되면 다이얼에 박힌 저 Eagle이
힘차게 날갯짓을 해서 베젤 테두리를 따라 한 바퀴 돌고는
다시금 로고로 변해 중앙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는 말도 있더라.
사실인지 확인해보지는 못했어.
아, 이건 여담이지만
마녀사냥 보면서 늘 생각한건데
저기에서 성시경이 거의 매회마다 다른 시계를 차고 나오더라.
근데 주로 보면 패션 시계가 많더라.
확실하진 않지만
엠포리오 아르마니, 구찌, 케네스 콜, 등등
아무튼 저 형은 패션 시계 브랜드를 좋아하나봐.
어쨌거나 나는 저 시계를 차고서는
약 1주일 간을 대놓고 시계 자랑을 했어.
정말 그냥 대놓고 내 시계좀 제발 한번만 봐달라는
눈빛을 마구마구 쏴 대면서
시종일관 머리를 쓸어올리거나 안경을 올리거나
혹은 관자놀이를 만지작 거리거나..
아 물론 긴팔 소매는 항상 걷은 채로 말이지.
그런데..?!
정말 ㅋㅋ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
난 적어도 누군가 한번쯤은
칠흑같이 어두운 다이얼 속에서 빛나고 있는
은색 찬란한 나의 독수리를 보고
' 우와.. 시계 이쁜거 차고 계시네요..'
라고 한 마디 던져줄 줄로만 믿었다.
근데 아무도 내 시계 따위에는 관심이 없더라.
심지어 같이 술 한잔 하던 누나도
' 야, 지금 몇시냐? ' 하면서 내 핸드폰을 열어보더라.
도대체 왜 내 시계를 들여다 보지 않는건데??
왜???



그러다가 자주 가는 Bar 에서
나랑 매우 친한 그 Bar 사장님이 이러더라.
' 야 ~ 니 맨날 시계 시계 해쌋트만 결국 샀는가베~
역시 그냥 막 산게 아이고 쪼매 공부쫌 해가 샀다꼬
억쑤로 고급스럽고 예쁜거 샀네 ~ 진짜 비싸보인다 야~ 좋겠다..
....하하
하하 네 좋은 시계에요.
.....??
..?
?
그 후 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어.
세상 사람들은, 너의 시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정말 니가 무슨 시계를 차고 있는지에 대해,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어.
그들의 눈에 언뜻 들어온 너의 시계가
그들이 보기에 굉장히 이쁘다면, 그들의 머릿속에는
' 올 시계 이뿌네 ㅋㅋ '
이러한 생각이 떠오르겠지만 그냥 그걸로 끝이야.
절대 니들의 생각처럼,
' 오오 시계 완전이쁜데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진짜 궁금하다..ㄷㄷ 어떡하지 다가가서 물어볼까?
한 번만 보여달라고 부탁해볼까? 아 어떡하지...ㅠㅠ'
이러는 사람은 없다는 거지.
아니, 미안하다. 단정 지을수는 없어.
있을 수도 있지.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당장 내일 너에게 삼천명의 여자가 썸을 타고,
너는 그들 모두와 연결지어져서
의자왕이 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
가능성이 매우 매우 희박하다는 얘기야.
아니, 오히려 더 안좋을 수도 있지.

Rolex SubMariner

한 예로,
얼마전에 우리 학원 본사에서 직원 몇 명이 내려왔어.
학원 행사를 위해 이것 저것 설치를 해 주는데
조명 작업 같은 걸 한다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천장을 바라보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지.
나는 사실 그들이 우리 학원 천장에 뭔 짓을 하든
딱히 관심이 없었어.
단지 그 놈이 차고 있던 시계가 언뜻 이뻐 보여서,
그게 너무 궁금해서 계속 밑에서 바라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놈이 차고 있던 시계는 바로 로렉스 서브마리너 였어.
그것도 칠흑같이 아름다운 검판으로.
내가 일주일간 차고 다녔던 The Eagle Collection 처럼 말이지..
다만 다른 점은 찬란한 은빛 독수리 대신,
뭔가 유치해 보이는 왕관 모양의 로고가 박혀 있었어.
그리고 나는 100% 확신했어.
저 썹마는 진품이 아니라고 말이지.
근거?
그딴건 없어.
그냥 저 따위 놈의 손목에 그 정도 퀄리티의 시계가
덩그러니 차여져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어.
시계가 좋으면 사람도 달라 보인다?
내가 보기엔 걍 개소리야.
사람이 좋으면 시계도 달라 보인다?
이건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아.
시갤에 자주 올라오는 내용 이지만,
누가 봐도 비싼 옷을 입고,
누가 봐도 비싼 차를 타고,
누가 봐도 비싼 넥타이를 매고,
누가 봐도 비싼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로렉스 급 이상의 시계를 차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뭔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매력포인트에
몇 점이 더 추가되는 그런 영향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누가 봐도 없어 보이는 니가,
누가 봐도 비싼 시계임을 알 만한 로렉스나 오메가 등을
차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단 얘기야.
아, 물론 시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과
우연히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자신들이 찬 시계들에 대해 자연스레 화제가 옮겨가서,
서로의 시계를 구경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 우와.. 대학생이신데 론진 부엉이라.. 시계 좋은거 차시네요..'


혹은,
' 우와.. 처음엔 그냥 오메가 로고에 드레스 워치길래
저의 씨마 보다 약간 싼 쿼츠 정도려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오메가 드 빌 아워비전 모델이네요..?
이거 거의 천만원 가까이 하지 않나.. 대단하시네요.. '
이러한 멘트가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런데 살면서 이런 만남을 가질 가능성?
걍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아.
물론 옷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지.
시계는 안 차고 다닌다고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등과 같은 악세사리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옷을 가지고 ' 옷 입고 다니는 건 내 취향이 아니오..' 하면서
다 벗고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그래서 옷은 누구나 입고 다니는 것이고,
입고 다니기 위해 누구나 한번쯤은 무슨 옷을 살까 고민해 봤을 것이고,
그렇기에 어떤 브랜드들이 있는지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고..
하지만 시계는 아니더라.
결국 내가 얼마나 좋은 시계를 차고 있는지
알아봐 줄 사람도 거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마음에 드는 시계를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
자신이 그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그리고 가끔씩 바라볼 때 마다
뭔가 뿌듯하고 사랑스러운 기분도 들고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이라면,
그 시계가 너에겐 최고의 시계인 것이지.
마치 내 인생의 첫 시계였던
Victorianox 시계를 보면서
당장이라도 그 날카로운 핸즈가 튀어나와 허공을 가르면
저 빨갛고 영롱한 방패 문양이 튀어나와 막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설레었던 것 처럼 말이야..
아, 물론 그런 기분을 더더욱 많이 느끼고 싶어서
조금 더 비싸고, 조금 더 좋은 시계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너를 위해 굉장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의 첫 시계를 구입하려고 고민함에 있어서,
남들이 이 시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시계를 선택하게 될 이유로써의 가치는
정말 1퍼센트 이하라고 봐도 된다는 말이야.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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