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든 일본어든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법은 나라의 국어표준에 의해 정해집니다. 예를 들면 Gorilla의 경우 한글로는 고릴라, 일본어로는 ゴリラ(고리라)라고 표기되는데요. 영어발음을 가져오면서 나라별로 조금씩 표기법에 차이가 생기죠.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기린인데요. 영어로는 Giraffe인데, 우리나라와 일본만 기린이라 부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일본어로는 キリン. 아시아지역에 사는 동물도 아닌데, 한국과 일본에서만 기린이라 불리고 있는 이유, 그 바탕에는 역사가 깔려있습니다.
애초에 기린은 상상속의 동물로 알려져있었습니다. 오색찬란한 화려한 빛깔의 털을 가진 외뿔이 달린 동물인데요. 말과 비슷한 갈기를 가졌으며,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가 달린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동물이었죠. (유니콘과는 다소 다릅니다. 위 사진 참조)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콜럼버스보다 90년 빨리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정화'라고 하는 인물인데요. 정화는 중국 명나라시절인 1405년부터 7차례에 걸쳐 원정대를 이끌고 전세계 곳곳을 누빈 인물입니다. 역사에서는 콜럼버스를 더 기억하겠지만, 원정대의 규모나 기간으로 비교하자면 콜럼버스는 정화를 따라올 수가 없죠. '정화'에 대한 상세 설명은 따로 검색해보시길 권장합니다.
▲ 중국에서 기린을 최초로 그린 그림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정화가 아프리카에 갔을때, 현재 우리가 기린이라 부르는 이 동물을 보고 정화는 옛 중국에서 전해내려오던 상상속의 동물인 '기린'이라고 믿었습니다. 이후 기린이라는 이름이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고, 아직까지도 이렇게 불리고 있는데요. 재밌는 것은 정작 중국에서는 장경록(목이 긴 사슴)이라 부르고 있다네요.
한국과 일본은 기린이라 부르지만, 중국에서 기린은 여전히 상상속의 동물로 남아있습니다.